교통사고와 의료사고는 갑작스럽게 발생하지만 형사책임과 손해배상, 보험 처리 등 여러 법적 문제가 함께 뒤따를 수 있다. 피해자와 가족은 사고 직후 관련 기록과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사건의 유형에 따라 과실과 인과관계, 설명의무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교통사고나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치료와 일상 회복뿐 아니라 수사, 보험 처리, 손해배상 협의 등 낯선 절차를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교통사고는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와 사고 경위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질 수 있다. 의료사고도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의 책임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 유형별 주요 법적 쟁점과 대응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정리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운전 상태와 사고 경위가 핵심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숨진 경우에는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만으로 법적 책임이 결정되지 않는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운전자가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 사고 당시 차량을 어떻게 운전했는지, 사고를 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음주나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숨지게 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 위험운전치사죄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는 보호하려는 법익과 적용 범위가 달라 함께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일부 음주운전 사망사고에서는 살인죄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냈다는 사실이나 교통사고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살인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운전자가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는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구체적인 죄명은 운전 경위와 차량 속도, 반복적인 위험운전 여부, 사고 전후 행동 등 개별 사건의 증거에 따라 판단된다.
교통사고 대응 포인트
사고 직후에는 블랙박스 영상과 주변 폐쇄회로(CC)TV, 차량 사진, 목격자 연락처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 측정 결과와 측정 시각, 차량 이동 경로, 사고 직전 운전 모습도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영상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신속히 보존을 요청해야 한다.
피해자가 숨지거나 중한 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형사절차와 민사상 손해배상 절차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
형사합의는 가해자의 처벌과 관련된 요소이고, 자동차보험을 통한 보상은 치료비와 일실수입, 위자료 등 민사상 손해를 배상하는 절차다. 합의서를 작성할 때는 합의 범위와 향후 추가 청구 가능성, 보험금과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의료사고, 과실과 인과관계 입증이 중요
의료사고에서는 의료진이 진료 당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와 의료진의 행위가 환자의 손해로 이어졌는지가 주요 쟁점이 된다.
치료 결과가 기대와 다르거나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다는 사정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단정할 수는 없다. 환자의 기존 질환과 건강 상태, 치료 당시의 의료 수준, 의료진이 선택한 검사와 치료 방법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의료사고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환자나 가족이 의료진의 과실을 직접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다.
법원은 의료진의 구체적인 행위와 의료기록,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과실과 인과관계를 판단한다. 수술이나 검사 도중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었는지도 함께 검토한다.
의료사고 대응 포인트
의료사고가 의심되면 먼저 진료기록을 확보해야 한다.
확인할 자료에는 진료기록부와 수술기록지, 간호기록지, 마취기록지, 검사 결과, 영상자료, 투약기록, 수술·시술 동의서 등이 있다.
환자의 증상이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의료진에게 어떤 내용을 알렸는지, 의료진이 어떤 설명과 조치를 했는지도 날짜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의료기록을 검토할 때는 결과만 보고 과실을 판단하기보다 당시 시행할 수 있었던 검사나 치료가 적절했는지, 필요한 조치가 지연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의료분쟁 조정이나 전문 감정을 통해 진료 과정의 적절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 의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의 책임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 전 설명도 의료진의 중요한 의무
의료진은 수술이나 시술을 하기 전에 환자가 치료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필요한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설명 대상에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방법, 치료의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다른 치료방법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수술이나 침습적인 검사처럼 환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의료행위는 충분한 설명과 동의 절차가 중요하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부작용이라도 결과가 중대하거나 해당 치료에 전형적으로 따르는 위험이라면 설명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이유만으로 설명의무가 당연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설명은 원칙적으로 환자가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점에 이뤄져야 한다.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어떤 내용을 누가 설명했는지, 환자가 질문할 기회를 가졌는지, 설명과 수술 사이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설명의무 위반과 손해배상 범위는 구분해야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면 환자는 치료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잃었다는 이유로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됐다고 해서 환자의 사망이나 후유장해로 발생한 모든 손해가 자동으로 배상되는 것은 아니다.
위자료를 넘어 치료비와 일실수입 등 전체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려면 설명의무 위반이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과 같은 정도로 평가돼야 한다.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사망이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따라서 의료사고에서는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진료상 과실은 의료진이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제대로 시행했는지가 쟁점이다.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가 치료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았는지가 중심이다.
손해배상 항목과 보험금도 따로 확인해야
교통사고와 의료사고 피해자는 치료비와 간병비,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 장해로 인한 손실,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사망사고에서는 장례비와 피해자가 생존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입, 유족의 위자료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피해자의 나이와 직업, 소득, 치료 기간, 장해 정도, 과실 비율 등에 따라 달라진다.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과 가해자 또는 의료기관이 지급하는 손해배상금도 법적 성격이 다를 수 있다.
합의를 서두르기보다 현재까지 발생한 손해와 앞으로 예상되는 치료비, 후유장해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합의서에 민사상 청구를 모두 포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사고 초기 기록이 분쟁 결과 좌우할 수 있어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영상과 기록, 관계자의 기억이 사라질 수 있다.
사고 직후부터 치료 과정과 상대방의 설명, 보험사와의 통화 내용 등을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전화나 방문 상담을 했다면 날짜와 담당자, 주요 답변을 함께 남기는 것이 좋다.
관련 서류에 서명하기 전에는 문서가 형사합의서인지, 보험금 청구서인지, 민사상 권리 포기서인지 확인해야 한다.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는 사건마다 사실관계와 적용 법률이 다르다. 인터넷에 소개된 다른 사건의 판결 결과만 보고 자신의 사건도 같은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해서는 안 된다.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형사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 보험 처리 범위를 나눠 살펴보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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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친절한변호사 이정일 010-4235-5346
학력 및 자격
연세대학교 법학대학 법학사 취득 / University of Washington LL.M. 과정 우수졸업
Southwestern University School of Law J.D. 취득
자격 취득
대한민국 변호사 (1983) / 미국 변호사 (1993) / 대한민국 변리사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