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논단] 구속사적 관점에서 본 구원의 통일성 고찰

최낙범 박사(총신 교수, 새순교회)

최낙범 박사(총신 교수, 새순교회)

1.문제 제기—구약과 신약의 구원 방도는 과연 다른가?

 

우리의 신앙 근간을 이루는 성경은 구약과 신약이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대중적 신앙의 지평뿐만 아니라 일부 신학적 조류 속에서도 구약과 신약의 구원 방도를 이원론적으로 분리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존재해 왔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통념 중 하나가 있다.

 

그것은 흔한 오해의 도식으로서 구약시대는 짐승의 피를 흘리는 제사 제도를 통해 (행위와 율법으로) 죄 사함을 받고 구원을 얻었다는 것이고. 신약시대는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은혜와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런 도식은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심각한 단절을 가져오고, 신구약 성경의 통일성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시대에 따라 구원의 방법이 바뀌었다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그리고 그분의 구원계획은 일관성을 잃고 말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원론적 구원관의 모순을 지적하고, “구약과 신약의 구원 방도가 오직‘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피를 믿음”이라는 성경적·신학적 통일성을 증명하고자 한다. 또 계시의 역사 속에서 짐승 제사가 가졌던 참된 의미와 그 원형인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관성을 분석함으로써, 하나님의 구원 섭리가 태초부터 종말까지 얼마나 일관되고 완벽한지를 논증하고자 한다.

 

Ⅱ.본   론

 

구약의 짐승 제사 실상—그것은 실제로 죄를 사했는가?

 

구약의 성도들이 레위기의 제사 제도에 따라 제사를 드릴 때 제물인 짐승의 머리에 손을 얹는 것은(안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자신과 제물을 동일시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죄가 제물에게 전가된다는 뜻이다. 이런 제사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 모두가 빠짐없이 시행했던 것으로서 성경적 사실이다.

 

이런 사실 앞에 우리는 구약의 짐승 제사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연 짐승의 피 자체가 하나님을 반역한 인간의 죄를 씻어 내는 본질적인 효력이 있었는가? ”물론 구약 성도들은 당연하게 여기고 짐승 제사를 성실하게 하나님께 드렸을 것이다. 하지만, 신약의 성도들은 그리스도를 통해 구속이 성취된 현실에서 짐승 제사가 과연 그들의 죄를 사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대해 히브리서 기자는 단호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는 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 하지 못함이라”(히 10:4)

 

이 말씀은 피조물인 짐승이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가 아니기에, 인간이 하나님께 지은 죄를 대신하여 하나님의 진노를 온전히 받아낼, 그래서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킬 영원한 대속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구약 제사는 왜 존재했으며, 구약 성도들은 어떻게 구원을 받았을까? 그리고 짐승의 피 자체에 실제적인 죄 사함의 능력이 없다면, 구약의 제사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그것은 짐승 제사 그 자체로는 하나님을 반역한 죄를 사하고 그 죄로부터 인간을 완전히 구원할 수 없지만, 짐승 제사를 통해서 하나님이 장차 세상 죄를 짊어지기 위해 오실 참된 대속물인 예수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 줄뿐 아니라, 이를 통해 구원을 베푸시겠다는 하나님의‘은혜의 약속’이 그 제도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구약시대에 모형(Type)이요, 그림자인 짐승 제사가 이루어진 것은“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 하지 못함이라”(히 10:4)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짐승 제사, 그 자체에 죄 사함의 효험이 있지 않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말은 짐승 제사가 지시하는 원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약 성도들이 하나님의 방법인 짐승 제사를 시행한 것은 짐승의 피가 죄를 실제로 사했다고 볼 수 없고 그것의 원형인 메시아가 장차 오셔서 대속 사역을 이루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을 믿고 제사를 드릴 때, 그 믿음에 근거하여 메시아의 구속을 그들에게 소급 적용하므로 그들의 죄를 간과(넘어가심, 롬 3:25)해 주셨다고 보아야 한다.

 

모형(짐승제사)과 원형(예수 그리스도)의 연관성—구약 성도는 무엇을 믿었는가?

 

구약시대의 계시는 신약시대에 비해 희미하고 감추어져 있었으나 하나님의 구속역사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명확해졌다. 이를 신학적으로“계시의 점진성”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구약의 성도들은 신약 성도들처럼 ‘예수’라는 구체적인 이름과 십자가의 전말을 선명하게 알지는 못했다. 이에 그들은 모형인 짐승 제사를 드렸다.

 

하지만 그들은 아담의 범죄로 인해 죽음이 지배하는 역사 속에 하나님이 개입하시고, 구속의 드라마를 전개하고 있음을 열외도 있었겠지만 일반적으로 믿었다. 즉 하나님이“여인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라는 원시 복음을 선언하시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아브라함,이삭,야곱 등 족장들을 통해 거룩한 씨를 선택하시며,그 씨의 절정인 예수 그리스도가 다윗의 혈통을 통해 태어날 뿐 아니라, 그가 인간을 구속할 고난의 종이 된다는 이사야의 예언을 믿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님과 모세가 시내산에서 언약을 체결한 후, 하나님이 그들에게 언약 백성으로서 준수해야 할 삶의 준칙인 율법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들을 회복시키기 위한 후속 방안으로서 짐승 제사를 드리게 했는데, 이때 그들은 제사의 원형인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짐승 제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들이 구속의 드라마 속에서 짐승 제사를 드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죄의 대가는 반드시 피(생명)를 요구한다는 하나님의 절대 공의이었다. 또 죄지은 자가 죽어야 할 자리에 흠 없는 대속물이 대신 죽는다는 것이었다. 또 희미한 짐승 제사를 넘어, 하나님께서 친히 준비하실 완벽한 메시아(원형)를 바라보았고, 그 메시아를 믿은 것이다. 물론 예외로 믿지 않은 자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다 믿었다.

 

결국 구약 성도들은 짐승의 피 제사에 죄를 씻는 영원한 능력이 있다고 믿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오직 장차 오실 구속주(원형; Reality)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제사를 드렸다. 그때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이 그들에게 소급 적용됨으로써 그들이 온전한 죄 용서와 구원의 은혜를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구약 성도가 바라본 믿음의 종착지와 신약 성도가 바라보는 믿음의 출발점은 정확히‘예수 그리스도의 피’라는 한 점에서 만나게 된다.

 

신·구약 구원관의 비교-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인가?

 

첫째, 구원관의 차이점을 보자. 그것은 구원의 본질은 하나이지만, 역사 속에서 나타난 구원의 방식에는 분명한 구속사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구약은 죄를 지을 때마다 드린 반복적인 제사이고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단번에 드린 단회적인 제사라는 점, 그리고 구약은 오실 메시아를 예표하는 희미한 그림자이고, 신약은 오신 메시아를 목격한 선명한 실체라는 점에 그 차이가 있다.

 

또한 구약은 소, 양, 염소 등 흠 없는 짐승이 제물이고, 신약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거룩한 예수 그리스도가 제물이라는 점, 구약은 육체의 정결과 그리스도의 구속을 소급 적용한다는 점이고, 신약은 영육의 정결과 그리스도의 피로 정결케 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서 구약의 제사는 불완전했기에 아침저녁으로, 매년 대속죄일마다 반복되어야 했다. 만약 짐승 제사로 구원이 완성되었다면 제사를 제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히10:2). 반면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는 참되고 영원한 제물이 되셔서 단 한 번의 죽음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죄를 영원히 도말하셨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구원관의 공통점을 보자. 그것은 세 가지이다. 우선 피 흘림의 원칙이 동일하다. 이는 "피 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히 9:22)는 법칙이 구약과 신약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구약의 짐승 피는 신약의 예수 피를 예표하는 수단이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대속의 원리가 동일하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 죄를 해결할 수 없어, 대속자에게 손을 얹어 죄를 전가하고 그 대속자의 희생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마지막 공통점은 구원의 주체가 동일하다.: 이는 구원이 인간의 율법적 공로나 행위로 얻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 베푸신 대속의 은혜를‘믿음’으로 수용할 때만 주어진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그 예는 창세기와 로마서에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매 이를 그의 의로 여기셨다(창 15:6, 롬 4:3)고 선언하고 있고, 믿음의 장인 히브리서 11장에서는 아벨, 노아, 아브라함, 모세 등 구약의 인물들이 '율법의 행위'나 '제사의 완벽함'으로 구원받았다고 하지 않고, 모두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구약 성도 역시 신약과 동일한 '이신칭의'의 은혜로 구원받았음을 알 수 있다.

 

Ⅲ.나가는 글

 

결론적으로 기독교의 구원관은 구약과 신약이 철저하게 하나로 연결된 통일성(Unity)을 지니고 있다. 하나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플랜 A(구약의 짐승 제사)를 쓰시다가 실패하셔서 플랜 B(신약의 십자가)로 바꾸신 것이 아니다. 창세 전부터 세워진 하나님의 유일한 구원 계획은 오직 하나,‘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의 피’뿐이었다.

 

이에 구약의 성도들은 믿음의 눈을 들어‘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바라보며 짐승의 제사를 드렸고, 신약의 성도들은 성경 계시를 통해 ‘이미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 결국 구약은 약속이고 신약은 성취일 뿐, 구원의 도리는 동일하다.

 

이렇게 우리가 구속사 속에서 구원의 통일성을 이해할 때, 구약 성경이 단순한 유대인의 역사나 도덕적 교훈집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그 안에서 힘 있게 고동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발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두 개의 다른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신구약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한 분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하나의 거룩한 교회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관되고 거대한 하나님의 구원 역사 앞에 그리스도의 피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받음을 확신하고, 그리스도를 온전히 증거하는 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최낙범 박사 약력▪

중앙대학교 철학과 졸업(B.A),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일반대학원졸업(Th.M), 숭실대학교 대학원 졸업(Th.M), Graduate School of Kernel University대학원 졸업(USA: 조직신학박사.Th.D), 총신 조직신학 교수

작성 2026.08.03 21:15 수정 2026.08.0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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