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구 박사 칼럼, "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얼마 전 한국의 정치권력자 한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가 남긴 어록 하나가 회자되고 있다. 당시 그는 국회에서 상대 정권을 매몰차게 몰아세우면서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라고 했었다. 즉 상대를 ‘더러운 걸’로 취급했던 것이다. 걸레는 아무리 빨고, 헹군다 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욕설이었다. 그는 전 정권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정권이고, 더러운 조직이라고 비하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랫동안 한국의 정치사 배후에 조정자였고, 민주화를 입에 달고 살면서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조직하고, 정권 창출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진 자였다. 그는 내란을 통해서라도, 또는 거짓을 사용해서라도 정권을 창출하는 기가 막힌 계략을 가졌었다. 


그런데 필자는 걸레를 좋은 뜻으로 생각하고 싶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이긴 하지만, 더러운 오물을 청소하는 도구로, 바닥의 흠과 티를 지움으로 환경을 깨끗하게 한다. 간혹 그리스도인 중에는, ‘한 번 회개했으니, 이제는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직분을 받았으니 하나님 앞에 자동 적으로 깨끗하게 되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 앞에 죄인으로 사는 것이 옳다. 루터(M. Luther)는 ‘그리스도인은 구원받은 죄인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님 앞에 죄인이지만, 하나님이 거저 주시는 은혜로 구속함을 받은 자들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구원의 감격과 감사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나의 스승 박윤선 박사의 기도를 곁에서 많이 들었다. 박 목사님은 늘 「나는 억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는 죄인입니다」 「나는 80년 묵은 죄인입니다」라고 기도하였다. 박 목사님은 평생 신·구약 66권의 주석을 1979년에 완성했지만, 목사님은 날마다 뜨겁게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 나는 26년 동안 그를 곁에서 섬기면서, 하나님과 늘 소통하는 박 목사님을 볼 때마다 ‘참으로 경건한 어르신이구나’를 생각했다. 


또 한 분은 평양신학교 제21회 졸업생인 아현교회 김현봉 목사님(1884~1965)이시다. 아현교회 김현봉 목사님은 1932년에 교회를 개척했어도, 지금처럼 교회당 건물보다, 가난한 자들을 섬기는 공동체에 집중했다. 나는 1960년대 초 그 교회를 한번 방문했었다. 그의 목회는 지극히 가난하고 작은 자,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다독이며, 오직 하나님 앞에 검소하고 경건하게 살도록 성도들을 이끌었던 참 특이한 목사님이셨다. 일감이 없는 가난한 성도들을 모아 리어카를 사주고, 소금 장수를 하여 정직하게 벌어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도록 가르쳤다. 그는 교회당을 짓는 일이 없었지만, 자신이 개척했던 집을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계속 달아내면서, 얼기설기 엮어 늘렸다. 그럼에도 수천 명의 성도들이 그의 설교를 들으러 모여들었다. 


그렇게 그의 목회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섬기는 목회였다. 마치 예수님께서 수건을 들고 제자들의 발을 씻고, 수건으로 닦으시듯 했다. 그는 그렇게 한 영혼, 한 영혼을 주님의 마음으로 섬겼다. 일종의 <걸래 목회>였다. 그의 설교가 남아 있는 것을 찾지 못했으나, 김현봉 목사님의 충직한 제자 중 한 분이었던 정연발 목사님께서 미국 시애틀로 이민 가셨는데, 그는 내게 <김정덕> 목사님이 필사한 <김현봉 목사님의 설교 노트>한 권을 주었다. 나는 그것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즉 ‘목사는 종이다.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다. 그리고 말씀의 종이다. 그런데 종이 왕이 되면 안되고, 종이 주인이 되면 그것은 반역이다’라는 대목이다. 그러니 교회는 목사가 주인이 아니고, 장로도, 권사도, 집사도 교회의 주인이 아니다. 말하자면 왕 되신 하나님의 위엄 앞에서는 모두가 <종놈>들이다.


지금 한국 교회는 미국의 매가 처치(Mega Church)의 영향으로 목사가 CEO가 되어 있다. 섬기는 자에서 섬김을 받는 자가 되어 있다. 그러니 지금의 목회자들에게는 더 이상 주님의 종 된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은퇴를 앞두고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하는 CEO로 변질되어 있다. 지분이라는 단어는 주식회사에서나 쓰는 용어가 아닌가? 미국의 대형 교회는 하나같이 교단이 없다. 개 교회 자체가 하나의 교단이 되어 있다. 그러니 총회도, 노회도, 법도 소용이 없다. 오직 그 교회의 회장 목사의 전권에 의해 교회가 움직인다. 나를 찾아온 목회자들 대부분은, “한국 교회! 이래도 좋습니까? 교회에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한다. 그 뜻은 지난 수십 년간 교회가 경제적 논리에만 빠져 있고, 숫자를 늘릴 수만 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즈니스 방법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교회는 강단을 무대화하고, 긍정적 마인드와 심리적 방법과 인문학적 방법으로 교회를 이끄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니 지금의 한국 교회는 진정한 예배가 없고, 신바람 난 쇼만 판을 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낙심할 것이 없다. 아직도 농촌과 어촌과 산촌에서 그리고 도시의 어려운 개척 교회 목사들이 10여 명도 채 못 되는 교회를 이끌며 자력으로 버티어 나가는 목회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이 우리에게 희망이자 한국 교회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 버팀목의 교회들이 한국 교회를 지탱하고, 지키는 일이야말로 세계 선교의 교두보를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한국 교회를 세계 교회 앞에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초현대식 교회당 건물도 아니고, 주식회사 같은 조직도 아니다. 오직 순수한 십자가의 복음을 가지고, 낮아진 종의 자세로 사명을 다하는 목회자가 이 나라의 신앙을 회복하는 사역을 할 것이다. 우리는 억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는 죄인들이지만,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혜로 구속받았으니, 의인인 척, 해서도 안되고, 우리 자신을 포장해서도 안된다. 그냥 우리는 주님의 <종>으로 쓰임 받으면 된다.


1955년 5월 17일, 김현봉 목사님의 설교를 보니 “말씀으로 변화되지 않는 교인은 썩은 교인이고, 개혁이 없는 교회는 썩은 교회다”라고 하셨다. 그는 걸레같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방황하는 떠돌이, 장애인, 가난한 자들의 목사였다.

작성 2026.02.17 21:07 수정 2026.02.17 21:07
Copyrights ⓒ 세계기독교 교육신문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창희기자 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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